입력2024.11.17. 오후 7:46
수정2024.11.18. 오전 9:28
벤저민 레인키 부사장 인터뷰
아마존 등서 5억弗 투자 받아
韓 납기 잘 맞추고 가성비 우수
두산에너빌·DL이앤씨와 협력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한국 원자력 업체에 대한 ‘러브콜’로 이어지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용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소형모듈원자로(SMR)만 한 대안이 없어서다. 성능 좋은 SMR을 만들려면 원전 노하우가 있는 한국 기업과 손잡는 게 필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SMR 시장의 리더로 평가받는 미국 엑스에너지도 그중 하나다. 지난달 24일 서울 교남동 디타워에서 만난 벤저민 레인키 엑스에너지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부사장·사진)은 “SMR을 상용화하려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은 필수”라며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은 SMR 기자재 제조부터 시공, 유지 보수까지 한 곳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설립된 엑스에너지는 80메가와트(㎿)급 고온가스 SMR(Xe-100)을 미국 석유화학업체 다우케미칼 생산단지에 도입하는 실증 사업을 벌이고 있다. 내년에 착공해 2029년 상업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되면 상용화에 들어간 ‘글로벌 1호 차세대 SMR’이란 타이틀을 보유하게 된다. 지난달 아마존, 시타델 창업자 켄 그리핀 등이 엑스에너지에 5억달러(약 7000억원)를 투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레인키 부사장은 “SMR 상용화가 가까워질수록 설비 경쟁력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가성비 좋고 납기도 잘 맞추는 한국 기업과 협력하는 것 자체로 고객사에 확신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엑스에너지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 DL이앤씨 및 두산에너빌리티와 손을 잡았다. DL이앤씨가 엑스에너지의 SMR 단지 설계·조달·시공(EPC)을 맡고, 두산에너빌리티는 모듈형 원자로를 제조한다. 두 회사는 지난해 1월 총 2500만달러를 엑스에너지에 투자하기도 했다.
DL이앤씨와 두산은 엑스에너지와 손잡고 북미 SMR 시장에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 DL이앤씨는 SMR과 석유화학 플랜트의 통합 시공 역량을 끌어올리고, 두산에너빌리티는 물을 냉각제로 쓰는 경수로 SMR에서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활용하는 SMR로 제조 역량을 늘릴 계획이다.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엑스에너지의 SMR은 경수로 SMR보다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